글씨에 깃든 신의 목소리 들리는 듯
한국일보 2013.2.28.
`오 완벽한 글쓰기를 추구하고 아름다운 글씨를 열망하는 자여, 당신이 진정으로 쓰기에 전념한다면 신은 기꺼이 이를 쉽게 해줄 것이다.`
10세기 말 바그다드에서 활동한 서가(書家) 이븐 알 바왑이 남긴 이 시는 이슬람권에서 글씨 예술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평민으로 태어나 당대 최고의 캘리그래퍼가 됐다. 알 바왑은 스승인 이븐 무클라가 아랍 문자를 6개의 서체로 집대성한 육서체(al aqlam al-sitta)를 체계화, 각 글자의 폭과 높이를 규격화했다. 다른 언어권 사람들의 눈에 그림이나 기호처럼 보이는 아랍 문자는 이미 2000여년 전에 그 형태와 질서의 기본 틀을 갖춘 셈이다.
사람이나 동물을 형상화하는 것을 우상 숭배로 보고 금지했던 이슬람교에서 글씨는 신의 목소리인 쿠란을 시각화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구전 문화였던 쿠란이 의미 왜곡을 막기 위해 필사 문화로 바뀌면서, 손으로 쿠란을 쓰는 것은 그 자체로 종교 행위나 다름 없었다. 아름다운 글씨체가 곧 최고의 찬송가요, 가장 영적인 그림이었던 셈이다.
한양대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슬람 캘리그래피-신의 목소리를 보다`전시는 이슬람권에서 다른 어떤 예술보다 숭고한 장르로 추앙 받아온 캘리그래피의 과거와 현재를 소개한다. 초기 쿠란에 보이는 쿠파체부터 오늘날 폰트로 전환돼 널리 쓰이고 있는 나스흐체, 술루스체 등 다양한 서체와 그릇, 도기, 타일, 건축물 등에 캘리그래피가 폭넓게 쓰인 사례들을 모아 놓았다.
"과거 이슬람권에서 캘리그래퍼의 위상은 화가들보다 높았습니다. 왕실에서 캘리그래피 공방을 운영하기도 했고 황제나 왕자 중에 위대한 서예가도 많았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황나영 학예연구사는 캘리그래피 작업장이자 도서관인 `키탑하나`를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