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박물관(관장 안신원 교수)은 개교 80주년을 맞이하여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동아시아건축역사연구실(실장 한동수 교수)와 공동으로 특별전 ‘방원평직方圜平直, 집을 재단하다’ 전을 마련하였다.
중국 북송대의 건축 서적인 『영조법식(營造法式)』 간상(看詳) 방원평직(方圜平直)에는 “둥근 것은 규에 맞추고, 모진 것은 구에 맞추며 세운 것은 수직으로, 눕힌 것은 수평으로 맞춘다(周官考工記, 圜者中規, 方者中矩, 立者中垂, 衡者中水.)”라고 하는 구절이 있다. 이는 집이 이루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담고 있는 구절로서 둥글고 모난 형상이 이 세상을 이루는 근간임을 설명한다. 천지창조의 신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 복희여와도(伏羲女媧圖)에는 여와와 복희가 창조의 도구인 컴퍼스와 곡척을 각각 손에 잡고 있다.
사람이 거주하는 집을 소우주라고 인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컴퍼스와 곡척이 집을 짓는 장인들이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외에도 길이, 너비, 폭, 깊이, 두께, 각도 등을 헤아리거나 그리는데 사용되는 자는 쓰임새에 따라 정자자, 연귀자, 흘럭자, 동척, 장적, 준척, 줄자 등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하였다.
이번 전시는 집을 짓는 장인들이 사용했던 컴퍼스와 곡척을 기본으로 건축 부재를 재단하는데 사용된 각종 형식의 자를 수집하여 그 변화의 양상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그 속에 내재된 상징적 의미는 물론 실용적인 가치까지도 드러내 보고자 기획하였다.
특히 이성산성에서 출토된 고대의 당척과 최근 안성 청룡사에서 발견된 조선시대의 곡척을 비롯하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신응수 대목장이 수집하고 사용했던 자, 중국과 서양에서 쓰이는 자, 그리고 관광 상품화된 현대식 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독특한 형태의 실물을 전시함으로써 고금(古今)과 동서(東西)를 넘나들며 자에 담긴 장인의 삶과 지혜를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